낮게 가라앉은 잿빛 하늘이
내 가슴을 비우고 갑니다
당신은 이 잿빛 거리 한켠에
숨은 꽃으로 있고
나는 이 거리의 바람에 밀리는
진한 그리움에
그만 눈을 감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치도록 그리운 날
멍한 기다림에 서성이는 건
아마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 듯 합니다
근심의 나날보다는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
더욱더 슬픔을 여물게 합니다
다만 그대의 건조한 부름에도
나의 모든 것을 허락할 수 있다는 용기가
참으로 기가 막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저린 가슴만 다독일 따름입니다
어차피 애타는 내 그리움은
멈출 수 없는 운명일 것입니다
지금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은
아픔 없는 기다림을 배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