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는 도둑질 하나는 타고났다.


한밤에 남의 집을 제집처럼 헤집고 다니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훔쳐서 장물아비에게 팔아 치웠다.


하나 도둑이란 소문에 어디서고 혼담이 오지 않았고,

손을 씻고 새 삶을 살고 싶어도 그 속내를 알릴 길 없는 홍매의 한숨은 깊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마을에서 매파가 찾아왔다.

혼처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스물두살 노총각이었다.


그 집에서도 홍매가 처녀도둑이라는 걸 알 터인데

어째서 매파를 보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튼 몸져누웠던 아버지도 병을 털고 일어났고

남동생도 아버지 농사일을 도울 만큼 자랐기에,

홍매는 홀가분하게 시집을 가게 됐다.

시집이라고 가 보니 신랑이란 게

방에 처박혀 글 읽는 척만 하다가 밤만 되면 저잣거리로 나가 술을 퍼마셨다.


홀어머니는 몇마지기 밭뙈기를 농사짓고

밤이면 남의 집 삯바느질을 하며 여러번 과거에 떨어진 아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두어달이 지난 어느 날,

시어머니는 홍매를 불러 앉혀 놓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얘야, 나는 이제 늙어서 일을 못하겠다.

 신랑 뒷바라지를 하려면 네가 나서야겠다. 네가 잘하는 그것 말이다….”

홍매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제야 매파를 보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홍매가 바짝 다가앉으며 “시집오며 손을 씻었는데 어머님이 권하시니 하겠습니다.


단, 장물아비 역할은 어머님이 하세요.”


시어머니는 얼굴을 활짝 펴며

“그건 걱정 말아라” 큰소리쳤다.

그날 밤, 홍매는 이웃 황참봉네 집에 들어가 비단 한필을 훔쳐 시어머니에게 안겨 줬다.


천석꾼 황참봉은 이 동네의 왕이다.


이튿날 아침,

황참봉은 하인들을 데리고 한집 한집 뒤지기 시작했다.


물론 목표는 도둑며느리를 본 과부댁이었다.

“어머니, 비단 어디 감췄어요?”

“걱정 마라. 방바닥에 깔고 그 위에 삿자리를 덮었으니 귀신도 모를 것이다.”

“안됩니다. 어림없습니다. 이리 주세요.”

옆집을 대충 뒤진 황참봉네 하인들이 홍매네로 몰려왔다.


안방의 삿자리는 초장에 들춰 보고,

통싯간의 재거름 더미도 헤쳐 보고 부엌의 찬장과 밥하는 솥뚜껑도 열어 봤다.


하나 어디를 뒤져도 보이지 않자

그들은 결국 헛걸음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갔다.

대문을 잠그고 홍매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사시나무처럼 와들와들 떨던 시어머니도 따라 들어왔다.


한데 홍매가 활활 타는 아궁이 위의 솥뚜껑을 열고

손으로 물 아래 쌀을 걷어 내자 그곳에 비단 한필이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아닌가.

“어머니, 이거 말려서 장에 내다 팔든가 옷 해 입으시든가 맘대로 하세요.”

홍매가 물이 흐르는 비단을 시어머니에게 안기자

사색이 된 시어머니는 비단을 둘둘 말아 활활 타는 아궁이 속에 던져 넣으며,


 “이 무서운 것을…. 얘야, 내가 잘못 생각했다.”

“어머님, 태워 버려야 할 게 또 있습니다.”


홍매는 사랑방에서 책을 모두 가져와 불살라 버렸다.


홍매는 송아지를 키우고 묵은 밭을 갈아엎어 개간해 살림을 야무지게 꾸렸다.


새신랑을 부지런한 농사꾼으로 만든 것도 홍매다.


'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상속의 신무기(3)...미래 지상탱크  (0) 2019.06.12
상상속의 신무기...곧 현실로...(2)  (0) 2019.06.06
풍년기원...^^  (0) 2019.05.03
평생 갚을 수 없는 은혜...  (0) 2019.02.22
스릴 넘치는 영상  (0) 2018.11.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