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수술을 마치고 이제 막 수술에서 깨어났습니다. 왼쪽 얼굴이 마비돼 입이 한쪽으로 돌아간 그녀의 병명은 피부암. 우유빛으로 밫나던 뺨의 안면근육과 신경까지 파고든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신경 한 가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치료하던 간호사가 병실을 나가자 여자는 남편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여보,거울 좀 보여 줄래요?" 여자는 붕대를 풀자마자 얼굴이 어떻게 변했을지 보고 싶어 거울을 부탁했습니다. 남편은 몇번이나 망설이며 천천히 거울을 내밀었습니다. "어.거울...근데 여보 저기 있잖아......" 불안 속에 떨리는 손으로 거울을 받아든 여자. 그 둥근 원 안엔 이미 그녀의 옛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신경을 잘라냈다는 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뜻, 평생을 이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여자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울고 남편은 달랬습니다. "괜찮아.여보!" "흐흐흑...어떡해...나 어떡해요?" "괜찮대두,괜찮아요.얼굴은 곧 나을거야." 부부는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아내를 위로할 한마디를 찾지 못해
        속태우던 남편의 눈에 때마침 들어온 건
        가을단풍이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서둘러 병실을 나섰습니다. "어디가요?" "당신...생각나?" 남편은 휠체어를 밀며 병원 뜰 단풍나무 숲으로 달렸습니다. "언젠가 이 고운 단풍들을 보면서
        우리가 약속했던것......" "여보......" 아내는 단풍나무에 둘러싸여 남편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어떤 모습이건, 서로를 보며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감사하며 살자고 한 거 말야." 남편의 그 말에 아내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냐.아니라고......" 아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말로는 다 보여줄 수 없었던 남편은 아내의 일그러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였습니다.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아름다워." 그리고 긴긴 입맞춤으로 남은 말들을 대신했습니다.
        그것은
        저녁 노을 보다도... 어떤 단풍 보다도...
        아름다운 입맞춤이었습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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