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어느 시골마을...
하루는 부인들이 모여 잔치를 열었습니다. 시골에서 잔치라고 하면 보통 누구네 돌잔치, 혼인식, 회갑연 정도지만 겨울철 농한기가 되면 날을 잡아 부인들만의 잔치를 벌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사회라고는 하지만 일년에 이 날 하루만큼은 남정네들이 부인들 하고픈 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날 만큼은 남정네들이 잔치마당에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잔치집 안방에선 마을에서 나이가 많은 부인들부터
순서대로 아랫목에 주욱 점잖게 늘어앉습니다.
그런다음 젊은 부인들이 한사람씩 나와서는
노 부인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공손히 술을 따라 올립니다.
마침내 남편 성이 노씨(盧氏)인 한 젊은 부인이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왔습니다.
이 부인은 장롱 속에 오랫동안 개켜두었던 외출복을 꺼내 입고
얼굴에 진한 화장을 했기 때문에 화장품 향기는 물론
장롱나무 냄새가 섞여 짙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이에 한 늙은 부인이 술잔을 받으면서 농담삼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젊은 사람은 '노가자' 냄새를 심하게 풍기네 그려."
옛날 시골에서는 향기가 나는 노가자나무(우리말로 '노간주나무')로
장롱을 만드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장롱 속에 옷을 오래 넣어 두었다가 꺼내입게 되면
옷에 농 향기가 스며들어 그 냄새가 심하게 났는데
이 냄새를 통칭해서 '노가자나무 냄새'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런 잔치가 아니라면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더군다나 여인들이 외출복 입을 기회란 별로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여인들의 외출복에서 노가자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늙은 부인도 진한 화장품 냄새가 아니었다면
그 향나무 옷장 냄새가 그렇게 고약하게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에 별다른 뜻은 없이
그냥 '노가자 냄새'가 많이 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젊은 부인은 그 말을 잘 못 이해해서 '노가 조 냄새'로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즉 자기 남편 성씨가 노씨니까, '노가(盧哥)'의 '조(남자 성기, 좆)' 냄새가 난다고 알아들은 것입니다.
정말 생뚱맞죠.
젊은 부인은 노부인이 농담을 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잔치마당에서 즐거운 마음에 문득 노부인께서 왈,
남편 노씨의 양근(陽根)을 만진 그 손에서 양근 냄새가 난다면서
자기를 놀리는 것으로 알아들었던 것입니다.
이 젊은 부인은 문득 간밤에 남편의 연장을 만지면서
남편과 짙은 농담을 주고받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젊은 부인은 노부인들도 역시 그렇게 짙은 농담을 하는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그래서 젊은 부인은 약간은 수줍어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 노마님! 오늘 아침에 몸치장을 하고 나서려는데
남편이 갑자기 그 꼿꼿한 연장을 꺼내 보이기에, 잠깐 잡아 만져주고 왔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그 냄새가 배어 있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을 들은 늙은 부인들은 어이가 없는 듯 서로를 돌아보더니
이구동성으로 여러 어른들 앞에서 상소리나 하는 버릇 없는 여자라고
꾸짖으며 밖으로 쫓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젊은 부인은 당황해하며 일어서서 나오려는데
부인을 따라온 여종이 앞으로 썩 나서더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씨마님! 나가지 말고 잠시만 앉으십시오.
여기 계신 노부인들께 한 말씀만 올리겠습니다."
"저는 손금을 매우 잘 봅니다.
특히 남자의 양근을 만져 본 부인들의 경우에는,
손금을 보고서 몇번이나 만졌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 저희 아씨가 남편의 연장을 좀 만졌다고 해서 축객을 하시는데
정말 노부인들께서는 남편의 그 물건을 한 번도 만져보지 않은 깨끗한 손인지
제가 손금을 좀 보겠습니다. 노부인들께서는 모두 손을 제 앞으로 내보여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늙은 부인들은 순간
모두 잽싸게 손들을 소매 속에 깊이 넣고는 절대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얼굴을 돌리고서는 제각기 소리죽여 쿡쿡 웃었습니다.
이에 여종은 자기 아씨를 본래 자리로 안내하면서 말했습니다.
"여러 노마님께서는 이제 우리 아씨를 쫓아내지 않으시겠지요. 고맙습니다.
아씨마님! 여기 모이신 부인들은 노소를 가릴것 없이 모두 같은 손을 가졌으니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러자 노부인들도 모두 웃으면서 젊은 부인을 자리에 가 앉으라고 권했다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여기에 불만이 있으신 분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해 주십숑^^*
흐르는 곡은
사랑아 가지마/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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