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먹었습니다.
당신 생각이 나서
술을 마신 것은 아니지만
술을 먹으니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이 헤어지자 말했을 때
나는 웃으면서 당신을 보내드렸습니다
왜냐고요?
내가 당신에게 한 약속이 있어서지요
뭐냐고요?
나는,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고
분명히 당신에게 약속했었습니다
나는 내가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그리고 지켰고요
그러나...그러나!
오늘은
내가 한 약속에 대해서
바람을 피우고 싶습니다
글쎄요!
당신이 너무 보고픈 탓일까요?
아님,
바람을 피우지 못한
내가 어리석어서 일까요?
어쨌거나,
오늘 밤엔
내가 한 약속에 대해서
한번 쯤 바람을 피우고 싶습니다.
오늘 밤엔
정말 바람을 피우고 싶습니다
/이화 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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